소니에릭슨에서 간만에 'Sony다운' 10인치 테블렛 엑스페리아(Experia) 테블렛Z를 공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 내에서도 '쿠소페리아'라는 오명을 얻은 소니가 이번에야 말로 소니의 명성에 걸맞는 제품을 내놨다는 평가다.
사실, 여기서 명성은 과거의 소니가 보여줬던 모습이지, 모바일 시장에서의 소니 명성은 아니다. 스마트폰과 테블렛 시장만 놓고 보자면 삼성전자, LG전자, HTC와 같은 '안드로이드 빅3'급의 경쟁상대라기보다, 후발 주자로써 이제 막 시장에 진입한 중국의 '화웨이'급이라고 봐야하지 맞지 않을까 싶다.
'잘빠진 하드웨어와 디자인은 강점'
CPU Qualcomm 1.5GHz quad-core APQ8064 processor
RAM 2GB
Storage 32GB, microSD expansion
Display 10.1-inch 1,920 x 1,200 screen (with Mobile Bravia Engine 2)
Cameara 8.1-megapixel Exmor R camera
Network NFC, LTE (MDM9215M radio),
Sound S-Force(virtual surround sound technology)
Thick 6.9mm
Heavy 495g
Battery 6,000mAh
OS Android 4.1
하드웨어 사양을 보면 '입이 쩍 벌어진다.' '현존하는 테블렛 중 가장 높은 사양'이다. 더불어 소니의 워크맨을 테블렛으로 만날 수 있는 'S-Force 사운드'는 음악 하나 듣자고 테블렛을 사는건 아니지만, 음악도 즐길 수 있는 테블렛이 될 수 있다.
엑스페리아 Z 테블렛은 단순히 하드웨어 스펙만 높은 것도 아니다. 소니가 최근 출시했던 '아웃도어 스포츠'용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액티브(Xperia Active)와 같이 방수(수심 1m에서 30분간 효과)는 물론 방진 기능까지 제공한다.
('방진'이라는 용어가 생소한분들을 위해 동영상 2개를 준비했다. 방진이란 쉽게 설명해서 충격에 강하다는 뜻이다. '엑스페리아 테블렛Z'는 '엑스페리아 엑티브'와 똑같은 스크래치 방지 디스플레이가 채택됐다.)
소니는 프리미엄 랩톱 시리즈인 바이오(VAIO) 시절 부터 늘 '깔끔하고 매력적인 디자인과 1세대 앞선 기술'을 상용화 해오곤했다. "Sony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이번에 공개된 '엑스페리아 테블렛Z'야 말로 전형적으로 소니 다운 기기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패드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하드웨어이긴 한데'
소니는 최근 경영난으로 일본 본사 건물에 이어 美 본사 건물까지 매각했다. 노키아도 본사 건물을 매각한 후 임대형식으로 빌려쓰고 있으니 '과거의 강자' 꼴들이 말이 아니다.
소니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2013년 3월 말까지 전세계 사업장에서 1만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게 된다. 소니는 '게임(플레이스테이션), 디지털 이미징(카메라), 모바일(엑스페리아 시리즈), 의료기기' 4대 분야에 주력할 계획이라 한다.
회사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엑스페리아 테블렛Z'는 소니의 역량을 집중시킨 모습이 보인다. 하드웨어는 '아이패드 못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도 한참 이상이다.' 더불어 10인치 테블렛의 두깨가 6.9mm에 불과하다. 아이패드4가 8.8mm고 아이패드미니가 7.2mm이니 대충 어느 정도의 두깨인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소니가 한가지 놓치고 있는 것이 '저 기계로 뭘 할까?라는 고민에 대한 답을 미리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이패드를 예로 들어보자. 아이패드 하면 '다양한 서드파티'를 떠올릴 수 있다. iCloud를 통해 집중적으로 마케팅된 '전자앨범'으로 쓸 수도 있으며, 아이튠즈라는 생태계가 견고하여 컨텐츠가 많으니 e북 대용으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하다 못해 삼성전자도 '노트라는 컨셉'을 잡았다.(참고) 실제로 필기를 해보면 광고와는 달리 생각보다 쉽지가 않고 온전히 노트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어찌됐건 소비자에게는 '노트'라는 컨셉이 주어졌다.
반면에 '엑스페리아' 하면 떠오르는 컨셉이 없다. 컨셉이라는 점이 굉장히 중요한게, 소비자에게 '내가 왜 저 기기를 구매해야하나?'라는 답을 미리 제공하기 때문이다. 엑스페리아 테블렛 Z는 하드웨어가 좋고, 방수기능과 방진기능이 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가..
'소니 특유 컨텐츠를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는 한계점'
마케팅의 한계다. '폰도 아니고 테블렛도 아닌 이도 저도 어정쩡한 기기'를 만들어 패블릿 이라는 시장으로 만들어낸 삼성전자와 대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참고)
그렇다면 소니는 무엇을 컨셉으로 잡으면 좋을까? 바로 소니가 보유한 최다 컨텐츠이자 최대 컨텐츠인 '플레이스테이션(PS)'이다. '소니가 보유한 플레이스테이션 컨텐츠를 소니가 판매할 스마트폰 또는 테블렛에 최적화하여 재판매'하고 콘솔게임기(PS)와의 연동까지 지원한다면 PS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와, 엑스페리아 테블렛 혹은 엑스페리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 모두에게 추가 제품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3월 Mashable에서 보도한 '플레이스테이션폰(PSPhone)' 루머(참고) 후 딱 1년만인 2011년 3월에 출시됐던 '엑스페리아 플레이(Xperia Play)'가 그것이다.(참고)
이 플레이스테이션폰은 출시 초기 출고가가 한화 약 200만원에 육박했고 아직도 5만엔(참고)에 판매중이다. 비싼 가격과 당시 '듀얼코어'가 대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싱글코어'의 낮은 사양 과 구식 컨텐츠(PS1) 밖에 없었다는 점은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 퀄리티를 기대했던 매니아층으로 부터 외면 받고 결국 그저 그런 비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전락했다.
이후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인증 프로그램(PlayStation Certification Program, 플레이스테이션 모바일로 개명)을 운영하며 자사 PS1 컨텐츠를 오픈했고 HTC에게 처음으로 인가가 떨어졌으나(참고)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에뮬레이터'(GBA ,SMC, DOsBox, PCE, N64 등)를 통해 PS1 타이틀을 구동할 수 있으니 크게 어필하지 못했다.
'좋고 예쁘고 비싸고'
'바이오와 똑같은 전략이라면 시장에서 통할까?'
올 봄에 일본에서 먼저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엑스페리아 테블렛Z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갤럭시탭이나 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참고 1, 2), 모토로라 XOOM(참고) 등 아이패드와 테블렛 시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경쟁한 제품들은 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아이패드 16GB WiFi Only 모델 수준의 62만원대 가격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원가만 따지더라도 마진을 거의 남기지 않는 구글 넥서스7(참고) 수준의 30만원대 가격을 제시하지도 못할 것이다. 소니가 구글과 같은 저가 정책을 펼치기에는 현재 소니의 재정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하드웨어 사양만 놓고 보면 아이패드 그 이상이지만, 그렇다고 아이패드 그 이상의 가격으로 책정한다면 가뜩이나 아이패드 못사서 안달난 소비자들의 선택은 뻔하지 않는가
소니가 노려야 할 시장은 넥서스7과 아이패드의 중간인 '아이패드미니'이지 않을까 싶다. 엑스페리아 테블렛Z의 가격이 아이패드미니 수준의 가격을 책정한다 할 지라도 '지금 당장'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어렵겠으나 '만약 내가 테블렛 PC를 구매한다는 전제에서 같은 값이라면 당연히 아이패드미니 보다야 엑스페리아 테블렛Z'다.
소니가 소니MC코리아(Sony Mobile Communication Korea)와 소니코리아를 통합했다. 한때 HTC와 모토로라의 한국 철수 처럼 소니도 한국 철수가 아닌가?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소니 한국 지사에서도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참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국내 출시 가능성을 예상해볼 수 있는데 아직까지 알려진 바는 없다. 소니는 엑스페리아 테블렛Z와 함께 지난 CES 2013에서 공개했던 5인치 페블릿 엑스페리아Z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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