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달은 늘 양면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제의 IT와 오늘의 IT가 다른' 것처럼 하루라도 최신 IT소식을 접하지 않는다면 뒤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언제까지 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이것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급변하는 세상에서의 선택은 딱 두가지다. '적응하고 앞서 나가던가' '신경 딱 끄고 한발짝 뒤로 물러서던가' 전자가 됐건 후자가 됐건 늘 그랬듯이 선택은 본인의 몫이겠으나, 전자를 선택한다면 어떤이에게는 이것이 '시장에 대한 선점'으로 기회가 될 수도 있는게 사실이다.
오늘은 차세대 모바일 키워드로 자리잡을 '스마트워치(Smart Watch)' 얘기를 해볼까 한다. 스마트워치란 '착용 컴퓨팅(wearable computing)'의 한 분야로 쉽게 설명하자면 '스마트폰이 통화 기능을 갖춘 휴대용 PC'인 것처럼, '손목시계 크기의 PC'라고 생각하면된다.
작은 크기의 PC에 통화 기능이 추가되고 스마트폰 처럼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여 사용할 수 잇으며 스트랩을 달아 손목시계나 목걸이 처럼 차고 다닐 수도 있다.
'최초의 스마트워치 컨셉은 아이팟나노6세대'
과거 기술의 발달로 언젠가 '스마트워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으나 최초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2010년 9월 1일에 선보인 애플의 '아이팟나노6세대'다.
'2001년 아이팟이 첫 선을 보인 후 가장 큰 변화가 있을것'이라는 故스티브잡스의 말 처럼 아이팟나노6세대는 스마트워치에 가장 가까운 최초의 시제품이었다.
아이팟나노6세대는 iOS와 터치스크린을 통해 앱을 실행할 수 있으며 나이키+ 와 만보계, 시계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피트니스에 최적화된 음원 플레이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사용중인 iOS와의 차이점은 앱스토어에 접속하여 추가로 앱을 설치할 수는 없다.
'운동하면서 음악을 가장 가볍고 편하게' 디자인과 기능에 초점을 맞췄던 잡스의 의도와는 달리, 세간의 관심은 아이팟나노6세대를 시계로 활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졌고 자연스럽게 아이워치(iWatch)라는 스마트워치 루머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첫시도는 소니에릭슨의 Liveview'
두번째로 스마트워치 상용화의 가능성을 보여준건 2010년 11월 19일 소니에릭슨(Sony Ericsson)에서 $29.99에 출시했던 스마트워치 'Liveview'다.
Liveview는 구글 검색에서 Sony Ericsson을 검색하면 연관 키워드로 뜰 만큼 상당한 관심을 모은 제품이었는데, 국내에서는 일부 매니아층을 제외하고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폰 리모트(Phone Remote)'라는 컨셉으로 스마트폰 혹은 테블렛 PC와 유/무선(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연결되어 전화 수신 여부, 문자 수신 여부, 수신목록확인, 수신문자확인 등을 스마트폰이나 테블렛을 꺼내보지 않고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OS Android 2.0 (Update to 2.1)
Display OLED TouchScreen
USB 2.0 (Micro-USB port, USB charging)
Bluetooth 2.1 + EDR
Size 1.38 x 1.38 x 0.43 inch
Heavy 15.02 g
'애플 따라잡기 실패한 모토로라의 Motoactv'
또 다른 '스마트워치'로 2011년 10월 19일 모토로라 모빌리티에서 드로이드 레이저와 함께 '드로이드 라이프(Droid Life)'라는 컨셉으로 출시된 모토엑티비(Motoactv)가 있다.
모토'엑티비(activity의 약자)'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Motoactv는 아이팟나노6세대의 피트니스 최적화라는 장점과 소니의 Liveview를 합쳐놓은 느낌이었다.
Liveview 처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동(타 플랫폼은 호환되지 않는다.)되어 문자메세지는 물론 유/무선 (블루투스)헤드셋을 통해 전화를 받거나 주소록을 통해 상대방에게 걸수 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확인할 수도 있다.
'아이팟나노6세대'가 운동할 때 가장 편한 사이즈의 디자인과 무게를 제공했다면 Motoactv는 한 단계 나아가 사이클, 러닝, 워킹, 스태퍼 와 같은 유산소 운동 프로그램까지 제공한다.
다만 8GB가 $249고 16GB가 $299인 Motoactv는 비싼 가격 때문인지 8GB가 $149고 16GB가 $179였던 아이팟나노6세대에 비해 판매량이 높지는 않았다.
OS Android 2.3.4
CPU 600 MHz OMAP3 (3630) ARMv7 (supporting ARM extensions thumb, vfp, vfpv3, edsp & neon) (PowerVR GPU)
RAM 256MB
Display 1.6 inch 220x175 multitouch LCD
Storage 8GB~16GB NAND Flash Memory
Network WiFi 802.11B/G/N, FM Tuner(w/RDS for station & song identification)
Bluetooth 4.0 (low-power mode)
이처럼 애플이 컨셉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던 스마트워치를 적극적으로 상용화 시도를 한건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였다. 대외적으로 내부 전략 오픈을 극도로 꺼리는 애플이기도 하지만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에 비해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준비가 뒤쳐지는 느낌이다.
꼭 Liveview나 Motoactv만 스마트워치라고 하지는 않는다. 2012년 12월 5일 선보였던 아이폰과 연동되는 카시오(Casio)의 G-Shock(참고)도 스마트워치라 부르지만 두 기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향후 모바일 시장은 구글이 주도한다.'
비지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에 따르면(참고) 구글이 자체 브랜드(레퍼런스를 의미)로 출시할 스마트워치를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이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떠오른건 '구글이 생각하는 차세대 모바일'이다.
모바일에 관심이 있다면 기억하고 있겠지만, 구글은 2년전부터 '스마트글래스(Smart Glass)'인 '구글글래스(Google Glass)'를 준비중이라는 루머가 있었고 작년에 프로토타입이 공개됐으며, 몇달 안에 $1,500(한화 약 160만원)의 가격으로 개발자용 구글글래스(참고 1, 2, 3)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다.(참고)
구글이 준비하는 차세대 모바일 시장이 '스마트워치'와 '스마트글래스'라면 지금 당장 '통신모듈 탑재'로 스마트폰이나 테블렛PC 없이 단독으로 전화기능까지 사용할 수는 없겠으나, 언젠가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스마트폰이나 패블릿 혹은 테블렛PC와 연동되어 '더이상 휴대성 때문에 스마트폰의 크기에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다.'(참고)
애플이 아이팟나노6세대 출시 이후 지난 3년 동안 '지겹도록' 들려온 아이워치(iWatch)를 루머로만 남겼던 반면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와 구글은 이 컨셉을 바탕으로 '차세대 모바일 시장의 큰 그림을 그려왔던 것'이다.
사실, 애플의 아이팟나노7세대가 Liveview나 Motoactv 처럼만 나왔어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것이다. 7세대 출시전까지만 해도 다수의 애플팬들이나 해외 IT매체들도 그렇게 나올것이라 예상했고 출시됐다면 '혁신'의 애플이라면서 칭송 받았을 것이다.(참고) 그러나 7세대는 모두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서 스마트워치와는 거리가 먼 '휴대용 음원 플레이어'로 출시됐다.
PC제조업체인 애플이 아이팟나노7세대를 통해 '음원' 플레이어로써 같은 기능을 제공하는 스마트폰을 생산중인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와 경쟁을 하려 하는 발상 자체가 iOS 매니아로써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이팟나노7세대는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남게됐다.
2011년 7월 구글은 애플의 '착용 컴퓨팅(wearable computing)' 전문가이자 MIT 박사 출신 Richard DeVaul를 영입했다.(참고) DeVaul은 애플의 비밀연구소(secret labs)에서 산업 디자인부(Industrial Design) 상무(SVP)급으로 일했다는 루머가 있다.
즉, 애플도 내부적으로는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와 같은 '착용 컴퓨팅을 준비는 하고 있다는 얘기이긴 한데 故스티브잡스 사후(2011년 10월 5일) 잡스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확실한 스톡옵션 성과보상으로 묶어뒀던 애플의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구글에게 한 템포씩 시장에서 뒤쳐지는 느낌이다.
애플이 관심이 없는건지 대외적으로 내부 전략을 공개하지 않는 애플의 '비밀주의' 때문인지, 어느날 갑자기(라고 해도 연중행사인 March Event나 WWDC 또는 Media Day 중 하나일 것이다.) '깜짝 서프라이징 썸씽스페셜'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차세대 모바일인 '착용 컴퓨팅'에 관해서는 구글에 뒤처졌다.
카시오의 G-Shock이 보여줬듯이 딱히 iOS라고 스마트워치 연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상단에 첨부한 동영상은 아이폰의 SMS와 iMessage를 손목시계에서 확인하는 '아이워치' 컨셉 동영상이다.
기술적으로 전혀 불가능하지도 않고, 애플은 아이팟나노6세대라는 '킬링 아이템'까지 있으면서도 스마트워치 시장과는 표면적으로 거리를 둔 상태다. 애플팬들은 끊임없이 '아이워치'에 주목하고 계속해서 컨셉을 제시하지만 애플이 침묵하는 동안 구글과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했다.
'착용 컴퓨팅(wearable computing)'이 꼭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에 한정 되지는 않을것이다. 옷에 적용될 수도 있고 신발에 적용될 수도 있고 모자(헬멧)에 적용될 수도 있다.
단지 그것이 시계와 안경에 먼저 적용된 것이고, 이중 한화 약 160만원의 다소 비싼 구글글래스(소비자용은 더 저렴하게 출시될 것이라고는 하지만 160만원에서 얼마나 더 저렴해질지는 모르겠다.) 보다는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빠른 것이 스마트워치일 뿐이다.
언젠가는 스마트폰, 패블릿, 테블렛PC와 같은 모바일 시장이 사라지고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와 같은 '착용 컴퓨터(wearable computer)'가 주류를 이루겠으나 우선 그 과도기로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 패블릿, 테블렛PC와의 연동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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