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렇다 할 'Hot' 한 가십거리가 없는 마당에 워낙에 국내 언론에서 시끌벅적 했으니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이하 MS)의 노키아(Nokia) 인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작년 부터 루머로 돌던 MS의 노키아 인수는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해외언론에서도 '헤드라인'으로 다뤄졌으며, 업계나 주주(혹은 투자자/기관)들은 계산기 두드리느라 바쁠 것이다.
무턱대고 얘기를 시작하자니 뻘쭘하기도 하고 MS의 노키아 인수건에 관하여 요점만 짚고 넘어가보자.
1. MS에서 美현지시각 월요일 저녁 노키아의 ① 기기 부문 ② 기술 특허 ③ 노키아 지도 ④ 서비스 부문 에 관한 라이센스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via) 인수 가격은 현금으로 54.4억 유로($71.7억, 한화 약 7조8천654억원)로 기기 및 서비스 부문이 37.9억 유로, 특허 라이센스가 16.5억 유로다.
2.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노키아'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노키아 이사회의 의장이며 임시 CEO를 맡게 된 Risto Sillasmmaa 에 따르면 노키아는 독립적인 경영을 할 것이라 밝혔으며 이번 계약에는 '노키아'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향후 10년간 유지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MS는 해외 현금 자원으로 인수 자금을 내년 1분기까지 조달할 예정이며 이번 계약으로 MS로 이전되는 4개 사업부는 2012년 노키아 전체 순익의 50%인 149억 유로를 기록했다.
3. 이번 계약의 일부로 Steeve Elop 은 '노키아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MS 내 '디바이스 및 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을 맡게 됐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Steve Ballmer 의 후임자를 찾는 MS 내에서 차기 CEO로 엘롭이 거론되어 왔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엘롭의 '친정복귀'가 의미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via)
왜 MS는 노키아를 인수했을까?
이건 IT에 대해서 잘 알거나 평소 모바일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모바일 부문에서 이렇다 할 사업 아이템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중인 '돈 많은' MS와 스마트폰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채 도퇴된 '돈 없는' 노키아를 생각해보면 'Win Win 시너지 효과' 를 노렸다고 볼 수 있다.
과거 80%라는 OS 점유율로 사실상 전세계를 MS 하드웨어 생산기지로 전락시켜 '떼 돈'을 벌어들인 MS는 변화를 지양해왔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시작한 모바일 산업은 구글의 참여로 '조립식 PC 부품 산업' 덕분에 완품 PC 부문에서 이렇다할 수익을 내지 못했던 아시아계 제조업체들에게 '동기'를 부여했고 완품 스마트폰(모바일PC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형성했다.
이때만 해도 MS는 막대한 자본과 윈도우의 성공이라는 '여유'가 있었으나, 불과 3년(2010년) 만에 애플(은 2012년 美 역대 시가총액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과 구글에게 시가총액이 뒤집히고 올해 3월에는 무려 '삼성전자'에게도 시가총액이 한 때 뒤집히는 '대굴욕'을 당했으니 MS의 현주소가 알만하다.
결국 MS는 지난해 설립 이래 최초로 '협력사와 경쟁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깨고 Surface 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HW SW 문제라기보다 '서비스와 마케팅 경험 부족'으로 큰 실패를 맞봤다. 과거 준(Zune) 플레이어라던지 검색엔진 빙(Bing)이라던지 내놓는 족족 실패하는 MS로써는 자본의 흐름이 '포화상태였던 PC 시장에서 모바일 시대로 넘어가는 것'을 더이상 (삼성과 HTC가 일부 제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주력 제품은 아니기에)사실상 유일하게 윈도우폰을 생산중인 '시장점유율 5%도 안되는 노키아에게만 기댈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애플이 되고 싶은 MS 택도 없다.
MS는 어쩌면 애플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via) 굳이 MS 뿐만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부러운 롤-모델은 HW와 SW를 함께 판매하며 앱스토어라는 컨텐츠 마켓을 통해서 '앉아서 돈 버는 중인 애플'이다.
'수익 악화로 인해 반 강제적'으로 늦어도 한 참 늦은 노키아 인수를 통한 MS의 모바일 시장 진출은 어쩌면 '좀비에 머리를 달다.'는 표현이 어울릴 지도 모른다. 심비안(Symbian) 이라는 독자OS에 천문학적인 개발비용을 쏟아붓고도 실패한 노키아는 심비안을 버리고 윈도우 7.5 망고(Mango) 부터 윈도우 모바일 OS를 채택했다.
'썩어도 준치'라 Lumina 800, Lumina 710 을 보면 피처폰 시절의 HW기술과 깔끔한 디자인이 묻어났다.(참고) MWC 2012에서는 사운드 업체 돌비(Dolby)와 협력하여 CD품질의 오디오 레코딩이 가능하고, 전체적으로 폴라로이드 사진기 같은 디자인 뿐만 아니라, 4100만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한 808 PureView 를 출시하기도 했으나(참고), 노키아는 남미 시장에서 심비안을 탑재한 저가형 스마트폰인 Asha 시리즈가 선전했을 뿐 전체 시장 점유율은 5%도 안된다.(via) 이런 노키아에게 있어서 MS가 '머리'의 역할을 해줄 수는 있다. 그러나 노키아의 실패요인을 분석해보면 절대 애플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노키아의 실패요인은 '좀비폰(Zombie Smartphone)'이라는 별명이 설명해준다. 엄청난 괴력을 가진 좀비는 사람의 형상은 있는데 사고능력이 없다. HW 스펙도 나무랄데가 없고 겉으로 보이는 디자인도 멀쩡한데 기기를 돌리는 OS 최적화와 컨텐츠가 없다. 노키아의 Lumina 900과 함께 출시된 윈도우8 출시일을 기점으로 MS는 윈도우 개발 육성 프로그램 지원 및 '애플 : 개발자 = 3 : 7' 의 수익구조 보다 더 많은 'MS : 개발자 = 3 : 7 + $25,000 이상 수익시 2 : 8'의 수익구조를 제시했으나 개발자들은 돈 안되는 좁은 시장에서 노키아와 MS를 위해서 '뻘 짓'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 이기에 MS는 적어도 당분간은 애플이 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번 인수건에 관한 몇몇 견해 중 MS가 단말기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여 '애플, 구글, 아마존 등(? 또 뭐가..)과 경합' 할 것이라는데 '경합(競合, 서로 맞서 겨룸, 경쟁, 다툼)' 이란 어느 정도 대등한 수준에서 경합이지 아직 '출발선'부터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cf. 사실 애플을 가장 부러워했던 것은 삼성이다. 삼성은 애플을 롤-모델로 삼았고(참고) 바다OS를 통해서 애플이 되려했으나 삼성의 '꿈'은 현실이 되지 못한 채 그냥 '꿈'으로 끝났다. 출시 당시 국내 언론에서 '유럽에서 500만대'나 팔았다던 바다폰은(참고) 1년만에 단종됐고, 바다OS 개발이 중단되자 'OS 독립이 어렵다' '호사유피'라며 '바다OS가 남긴것은 무엇인가?' 여론 달래기가 시도됐었는데, 남기긴 뭘 남겼나 남은 기기값이지..
국내 제조업체에 미칠 영향과 향후 전망
안드로이드 점유율이 90%에 육박(via)하는 국내에서 현재 완품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업체는 LG, 펜텍, 삼성 정도다. 아이리버 정도가 저가형 스마트폰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나 점유율이 낮고 그냥 쉽게 말해서 '삼쥐파고스(삼성 LG 갈라파고스)' 다.
윈도우 모바일을 탑재하여 출시됐던 '아이폰3GS 대항마' 옴니아로 '대(大) 욕'을 들어먹었던 삼성(참고)은 진작에 윈도우 모바일을 포기하고 안드로이드로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놓은 상태이며 LG가 후발주자로써 바짝 뒤쫓는 형국이다.
참고로 '태극기 꼽고 쌩쑈'를 했던 옴니아 덕분에 옴니아 사용자들은 제대로된 보상도 받지 못한채(참고) 옴드로이드(Omdroid)를 쓰거나 그냥 때려부수던지 불싸질르고(참고) 2년 약정 단말기값 1백만원을 꼬박 지불해야만 했다.
단기적인 관점으로는 MS의 노키아 인수가 크게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삼성과 HTC가 표면적으로 윈도우폰을 생산하고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1만에 1'의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MS와의 PC 부문 협력관계 차원에서 '시늉'만 내고 있을 뿐 구글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그동안 실질적으로 노키아 홀로 윈도우폰을 제조해왔으니 시장점유율 5%도 안되는 마당에 그 노키아를 MS가 인수한다 한들 하루 아침에 컨텐츠 생태계를 뚝딱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내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한 몇몇 기사에서는 MS의 노키아 인수를 두고 '한국 스마트폰 업체에 호재'라는 견해도 있으나(우리 전문가님들께서 전문성이 떨어져서 잘 못맞추시는건지 '주가'를 염두에 둔 기획기사인지...)
'안드로이드의 시작이 그러했듯이' 시간이 걸리겠으나 MS도 결국 독자적인 컨텐츠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고 그때부터는 이미 노키아를 인수한 '애플이 되고 싶던 MS'가 밥그릇을 나눌 이유도 필요도 없게 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견제하기 위해 MS가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협력할 '가능성'은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중인 구글과는 달리 OS SW를 판매중인 MS이기에 현재 PC 산업에서의 '윈도우 하드웨어 생산기지'와 같은 처지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버린다.
MS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2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MS의 최대 장점인 무한 컨텐츠와 호환성'이다. 지금이야 배터리 문제로 데스크탑에서 사용하던 윈도우를 모바일에서 사용할 수는 없겠으나 전력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부터 MS는 '컨텐츠 생태계라는 족쇄'에서 벗어나게 된다. 두번째로는 데스크탑과 모바일 연동을 표방하는 윈도우8(혹은 차기 OS)과의 시너지 효과다. 아직은 이 시너지효과가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있으나 이 역시 '전력문제'가 해결되는 순간부터 윈도우가 주는 '익숙함'이 MS의 최대 강점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노키아'라는 든든한 'HW와 마케팅, 서비스 노하우'까지 얻었으니 MS의 잠재력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테이블 출처(via)
지난 2011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의 하드웨어 생산기지로의 전락'을 우려 하는 분위기가 고조되었고 정부의 LG, 삼성과 협력하여 오픈소스 기반 모바일OS를 개발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참고) '국민 세금'만 낭비했었다.
삼성은 독자 개발 OS인 바다OS를 버리고 타이젠(Tizen, 삼성 인텔 리눅스 재단 협력 운영체제로 MeeGo와 Limo의 장점을 표방)을 준비중이기는 하다. 현존하는 모바일OS 중 그나마 타이젠만한 대안도 없기에 나쁜 선택은 아니었으나 타이젠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구글이 겪었던, MS가 겪어야 할 것'들 처럼 더 큰 문제가 남아았다. 美 퀄컴이 대주주로 삼성자본까지 투입된 펜텍이야 여력이 없고 LG는 아직 이렇다할 눈에 띄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 내수시장 바가지(참고 1, 2, 3) 쒸울 생각만 하지 말고 정신을 좀 차려야'한다.
애플, 안드로이드 제조업체, MS, 구글을 풍자해보자면 우선 애플은 '이소룡'스럽다. 늘 독고다이로 혼자 여럿을 상대하고 특출함을 보인다.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는 '동네 일진'으로 표현하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다구리(여럿이서 몰매) 앞에 장사 없다.'는 말 처럼 제 아무리 이소룡이라 할 지라도 머릿수에 당할 수는 없다. MS는 '옵티머스 프라임' 정도로 비유하자. 아직 움직임이 불편하나 움직였다하면 동네 일진과 맞붙을 잠재적 전투력을 가진다. 구글을 '전투경찰'로 표현한 이유는 모바일 대전에 '종지부를 찍는건 결국 구글이지 않을까'해서다. MS나 안드로이드 제조업체나 애플이나 이렇다 할 썸씽스페셜한 액션이 없는 한 'MS와 애플과 안드로이드 제조업체에 없는 모든 것을 가진 구글'이기에 어찌됐건 결국 시장에 '공권력'이 투입되어 정리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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